[취재수첩] 반짝 호황에 취한 건설회사들

입력 2022-05-02 17:44   수정 2022-05-03 00:09

“주택사업으로도 수익이 나는데 뭣 하러 골치 아픈 해외로 나가겠습니까.”

사석에서 만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최근 해외 수주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는 우려에 이렇게 답했다. ‘잘나가는’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우면 재개발·재건축 공사를 따기 쉽고, 수천억원짜리 공공건설 공사는 운만 좋으면 수주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해외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인도 건설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수익성이 좋은 공사는 설계·기술 요구가 까다로워 쉽사리 시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올 들어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 실적은 94억달러(약 11조8000억원)에 그친다. 2017~2021년 같은 기간의 평균 해외 공사 수주 실적이 110억달러인 점과 비교해봐도 감소세가 확연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동 등 해외 발주가 줄었다는 이유를 대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흐름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리스크가 있는 해외 플랜트 수주보다 당장 수익이 나는 ‘안방’ 주택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대형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 매출 비중은 70% 안팎까지 치솟았다. 단기 실적에 함몰된 건설사 경영자도 해외보다 내수 사업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임원은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은 해외 시장에 매달렸다가 자칫 잘못하면 뒤치다꺼리하다 임기를 다 보낼 수 있어 몸을 사린다”고 전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플랜트·토목 분야의 시공·설계 경쟁력은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정책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의 시공 경쟁력은 2017년 7위에서 2018년 10위로 떨어졌다. 중국(1위)·터키(9위) 등에 뒤처지고 있다. 설계 경쟁력은 13위로 포르투갈(8위)·인도(12위)에도 밀린다.

‘운칠기삼’식 국내 공공 입찰제 역시 해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히려 기술 변별력이 크지 않으니 건설사들은 사회적 책임 등 가점받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 때문에 심사를 맡은 공무원과 교수에 대한 건설사들의 물밑 작업도 여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주택시장 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분양이 늘고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다. ‘천수답’식 주택시장 ‘올인’ 경영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운(運)찰제’로 전락한 공공입찰제의 기술력 비중을 높여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에 동기를 부여하고 건설사는 과거의 ‘공격 DNA’ 회복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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